서울 중심지 체계의 딜레마:
기능 불균형 심화와 '다핵 네트워크'로의 전환
서울은 1990년 이후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미래 공간 목표를 설정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 공간 구조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현재 서울은 3도심(서울도심, 여의도·영등포, 강남)-7광역중심-12지역중심이라는 다핵 중심지 체계를 기반으로 도시 기능을 분산하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체계가 실제 도시 현상과 계획 목표 사이에서 여러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서울시 중심지 체계의 주요 쟁점을 진단하고, 미래 재편 방향인 '다핵 네트워크' 구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서울시의 3도심-7광역중심-12지역중심 체계
현재 중심지 체계의 주요 딜레마: 4가지 핵심 쟁점
현재의 3-7-12 중심지 체계는 다핵 구조를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주요 쟁점들을 안고 있습니다.
- 쟁점 1: 위계별 기능 차별성 부족도시기본계획 상 도심, 광역중심, 지역중심 모두 '일자리 거점'으로서 유사한 기능과 역할이 부여되어, 위계에 따른 명확한 기능적 차별성이 부족합니다. 생활권 계획에서 구체화되지만, 각 중심지의 지향점과 목표가 유사하여 실질적인 역할 분담이 어렵습니다.
- 쟁점 2: 일부 중심지로의 기능·규모 편중3도심 간에도 규모 차이가 커, 서울도심과 강남 '2강 체제'로 기능과 활동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광역중심 역시 일부 지역에만 일자리 기능이 편중되어 중심성이나 다양성이 부족한 곳이 있으며, 지역중심은 주로 고차 생활 서비스 지원에 머물러 권역 내 일자리 거점 역할은 미미합니다.

개념적 그래프: 서울 주요 중심지 기능 집중도 비교
- 쟁점 3: 계획과 현실의 불일치오랜 기간 육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 지연, 잦은 계획 변경 등으로 일부 중심지는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역중심으로 지정된 창동·상계, 청량리·왕십리 등은 전략적 육성이 시급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 쟁점 4: 중심지 육성 수단의 제한적 활용중심지 기능 고도화와 다양한 기능 집적을 위한 용도지역제 활용이 미흡하고, 이미 활성화된 중심지의 정비를 위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적용도 제한적입니다.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잦은 방향 재검토 역시 계획 실현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서울 중심지 체계의 변천
서울의 중심지 체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해왔습니다.
- 1990년대: 최초 법정 도시기본계획 수립, 강남북 균형발전 및 생활권별 중심지 지정 시도.
- 2000년대: 광역화 대응 및 외곽 개발 가용지를 활용한 전략 거점 육성.
- 2010년대 (2030 서울플랜): 3도심-7광역중심-12지역중심 체계 확립, 기존 중심지 육성을 통한 다핵화 및 기능 고도화 중점.
- 현재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2030 플랜의 다핵 구조 유지, 기능 고도화 및 중심지별 기능 특화 강조. 위계적 구조에서 벗어나 개별 중심지의 핵심 기능 부여 시도.
"과거 도심-부도심-지역중심의 위계적 접근에서 벗어나, 이제는 각 중심지가 고유한 핵심 기능을 갖고 서로 연계·협력하는 네트워크 구조로의 전환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미래를 향한 재편: '다핵 네트워크' 구조와 '활동 중심지'
이러한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중심지 체계를 단순한 일자리 집적지가 아닌, 도시 활력과 다양성을 높이는 '다핵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하고, 일자리·상업·여가·문화 등 다양한 활동이 어우러지는 '활동 중심지'로 역할을 확장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래 중심지의 모습: 다양한 도시 활동이 집약된 '활동 중심지'
핵심 재편 방향
- 중심지 개념 확장 (활동 중심지로): 고용 중심에서 벗어나 일자리, 쇼핑, 여가, 문화 등 다양한 도시 활동이 24시간 이어지는 공간으로 개념을 확장합니다. 서울 대도시권 변화를 고려한 연접 도시와의 연계 강화 및 역할 분담도 중요해집니다.
- '다핵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 위계는 유지하되, 중심지 간 기능 분담과 상호 연계에 중점을 둡니다. 3도심은 서울의 경쟁력을 견인하고, 광역/지역 중심은 특화 기능을 바탕으로 도심과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합니다. 신규 광역교통망을 활용한 연결성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개념도: 위계적 구조 vs. 상호 연결된 다핵 네트워크 구조
- 차등 관리 및 기능 특화:
- 도심: 글로벌 거점 기능 강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활동 거점' 중심 압축 개발 유도. (단, 여의도·영등포는 위상 재검토 필요성 제기)
- 광역중심: 실질적 광역생활권 거점 역할 위한 특화 기능 고도화.
- 지역중심: 보행일상권과 연계하여 고차 생활 서비스 중심으로 발전, 시민 삶의 질 제고 및 상위 중심 지원.

- 다양한 도시계획 수단 활용: 유연한 용도지역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대상 확대, 신규 '공간혁신구역' 도입 검토, 행·재정적 지원 강화 등 중심지 육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합니다.
결론: 활력과 균형을 향한 새로운 모색
서울시의 중심지 체계는 '2강 편중', '계획과 현실의 괴리' 등 명확한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고 미래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위계적·고용 중심적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한 도시 활동을 담아내는 '활동 중심지' 개념과 상호 연계 및 기능 분담에 기반한 '다핵 네트워크'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이는 단순히 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것을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의 활력을 높이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이루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방향성이 실질적인 정책과 사업으로 구체화되어, 서울이 더욱 역동적이고 살기 좋은 글로벌 도시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